3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는 2024 소비 트렌드
왜 알아야 할까요?
'갈수록 소비자들 지갑을 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요즘 소비자가 언제, 어떤 상품에 지갑을 여는지 알아두면 새해 전략을 세우는데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핵심 문장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서는 철저한 가성비템을 찾아내고 공유하고 추천한다. 스스로 찾지 않아도 집단지성이 알려준다. 갈수록 돈을 쓰고 싶지 않은 곳과 쓰는 곳이 더 명확해질 것이다.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는 기분 전환보다는 필수템의 가성비 영역이다."
요즘 이런 게 트렌드라고 합니다
"알뜰폰이나 생필품 같은 필수템일수록, 소비자들은 더 집단지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어떤 제품이 더 합리적이고,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지 정보를 주고 받고, 물가가 많이 오른 지금 이 특징이 더 뚜렷해진다고 합니다."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요즘 소비자는 이렇대요'라고 말하기 좋은 소비 트렌드 핵심 정리
• 2024년 소비 트렌드 3가지별(습관, 경험, 지성) 사례
•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2024년 소비자 공략 방향까지
* 본 아티클은 2023년 10월 발간된 〈2024 트렌드 노트〉의 본문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 <2024년 트렌드, 4가지 키워드로 요약해 드림> 바로가기
트렌드는 지금 유행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방식의 변화이고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성이다. 따라서 트렌드는 마음먹고 찾아가는 핫플레이스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나타난다. 이 시대 소비 트렌드를 3가지 키워드(습관, 경험, 지성)로 나누어 설명하고 이 영역들을 어떻게 결합해 오래 남는 트렌드가 될 것인지 제안한다.
키워드 1. 습관의 소비
트렌드는 습관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고, 습관의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을 짚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특별했던 것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었던 것이 특별해진다. 10년 전 커피 한 잔 값으로는 너무 비싸지 않냐고 뭇매를 맞았던 카페 아메리카노는 습관의 습관의 습관이 되었다. 된장찌개에 생선구이, 몇 가지 밑반찬 같은 한국인 밥상의 스테레오 타입은 이제 특식이 되었다. 이처럼 라이프스타일을 결정짓는 오랜 습관이 바뀌고 있다.
키워드 2. 경험의 소비
정보는 경험을 촉진하고, 경험은 더 많은 경험을 이끌어낸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정보를 보고 있다. 내가 직접 가본 것, 해본 것, 가볼 만한 것으로 인지되는 경험적 정보의 세계에 SNS에서 본 것, 본 것 같은 것, 내 SNS에 올리고 싶은 것까지 확장되어 더 넓고 새로운 유니버스가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로, 나는 알고 너는 모르고, 너는 해보았고 나는 안 해보았기에 그 차이를 메우고 싶은 욕망이 트렌드를 추동한다.
2022년에 코엑스에 오픈한 퍼센트(%) 아라비카 커피(일명 '응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당시 교토 본점에 가본 사람도, 가보지 않은 사람도 1시간씩 줄을 섰다. 가본 사람은 '교토에서 먹던 기억을 되살리며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서' 줄을 설 수 있다. 가보지 않은 사람도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봐서' 혹은 '본 것 같아서' 줄을 선다. 정보는 경험을 촉진하고, 경험은 더 많은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키워드 3. 지성의 소비
소비에서 집단지성이 개인에게 학습시키는 '지성'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알뜰폰을 사용하려면 기존 통신사의 위약금을 해결하고 혹은 약정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유심을 구입하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로 갈아타야 한다.
한 달에 몇만 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려보아야 한다. 이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지금 알뜰폰 통신사로 갈아타기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그렇게 했다는 무언의 압력이다. 나쁜 압력이 아니라 시대 흐름이다. 정보가 귀찮음을 극복하게 하고 갈아타기를 종용한다.
3가지 키워드별(습관, 경험, 지성) 소비자의 깊숙한 니즈를 짚고, 각 키워드별 트렌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이 소비자 트렌드에 반응해야 할지 정리해보았다.
습관: ‘변주’로 습관의 의식과 무의식을 잡아라
습관의 결에는 의식과 무의식이 있다. 코로나는 무의식적인 습관에 충격을 가한 사건이었다. 매주 습관처럼 마트에서 장을 보던 사람에게 온라인 쇼핑 아이디를 찾게 만들었다. 마트 쇼핑 습관은 쿠팡 쇼핑 습관으로 전환되었고, 코로나가 끝나고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코로나는 의식적으로 습관을 만들게 한 사건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습관을 만들어 지킴으로써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고자 했다. 의식적으로 아침마다 영양제를 먹고, 운동을 하고, 식단을 지키고, 주식 공부를 했다. 디지털의 기본 속성인 기록성은 습관을 만드는 데 안성맞춤이다.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고, SNS에 매일의 식단을 기록하고, 인스타그램에 챌린지를 인증한다.
모든 디지털 플랫폼은 사람들의 습관이 되고자 몸부림친다. 모든 게임과 이를 벤치마크한 앱이 부여하는 출석 보상, 거의 모든 유튜버가 말하는 구독과 알람 설정, 상품 콘텐츠가 잡지처럼 소비되기를 원하는 많은 취향 플랫폼의 소망은 디지털과 습관의 강력한 결합성을 보여준다.
'N통째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법
하지만 습관의 소비가 되는 것은 브랜드에게 꿈인 동시에 독이다. 습관의 반열에 들지 않으면 허무로 끝날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이 되지 않으면 지루하기 때문이다. 구하기 어려워서 팝업스토어가 열릴 때마다 오픈런을 하고 완판 기록을 세우는 제품도 습관의 반열에 들지 못하면 한때의 유행템으로 기억될 뿐이다.
뷰티 분야에서 주로 나타나는 'N통째'라는 해시태그는 이 제품을 N통째 쓰고 있다는 로열티인 동시에 이제 그만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브랜드 매니저는 우리 브랜드의 효자템이 A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때문에 A 리뉴얼에 한계를 느낀다.
리뉴얼로 기존 고객을 실망시킬까봐 두렵고, 리뉴얼을 하지 않으면 입소문이 나지 않아 신규 고객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습관적 소비에서 구매는 쉽게 일어나지만 브랜드 파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습관으로 자리잡고도 브랜드 파워를 잃지 않는 브랜드가 있다.
식품 - 소비자에게 맡기는 '변주'
매출도 높고 소셜미디어상에서 화제성도 높은 브랜드, 그들의 특징은 '변주'다. 2023년 5월 5주 차, 생활변화관측소가 측정한 뜨는 브랜드 스코어에 신라면이 4위에 올랐다. 신라면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말하는 라면 브랜드로 1년에 1만 건 이상 언급된다. 5월 5주 차의 급상승 원인은 신라면으로 만드는 간단 마제소바 레시피가 X(구 트위터, 이하 '트위터')에서 많은 RT를 얻은 덕분이다.
왜 다른 라면이 아니라 신라면일까? 마제소바를 만드는 베이스 라면으로 다른 라면이 안 될 이유는 없다. 아마도 신라면이 근본 라면으로 인지되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 라면을 베이스로 뭔가를 추가하여 새로운 라면을 제조해 먹는 방식의 튜닝 라면이 뜬다.
특히 식품의 변주는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에게 변주를 맡기고 우리 브랜드는 가장 기본만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습관에 해당하는 국, 탕, 찌개의 베이스를 노리자.
습관이 된 후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하위 브랜드 제품을 변주하는 것도 전략이다. 농심 라면은 전통의 신라면, 짜파게티, 안성탕면이 근본을, 신제품인 신라면 건면, 비빔면 배홍동, 라면왕 김통깨가 변주를 담당한다. 농심 라면 브랜드 자체가 지루할 틈이 없다.
인지적으로 싸다는 것을 브랜드 컨셉으로 하는 노브랜드는 자사 브랜드가 싸다는 것을 증명하는 제품을 변주한다. 감자 과자, 초코칩 쿠키로 시작해 타코야키의 혜자스러움이 화제가 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노브랜드 컨셉을 증명하는 제품이 나타나 소비자의 입소문을 탄다.
유통 - 특정 시기마다 접속하도록 '변주'
유통 플랫폼의 변주는 계절과 맞물린 행사에서 온다. 물론 계절에 한 번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 없이 수시로, 지나갈 때마다 들르는 것이 가장 좋긴 하다. 초기 마켓컬리나 29CM처럼 시간 날 때마다 잡지 들춰보듯 들어가 보는 플랫폼,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멈춰 보게 되는 홈쇼핑처럼 특별한 목적 없이 찾아오는 것이 습관의 최종 목적지다.
최종 목적지가 되기 전에는 계절의 변주에 맞춰 우리 플랫폼에 들어올 이유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3-6-9-12월 올영 세일 때마다 올리브영은 뜨는 브랜드 스코어에 이름을 올린다. 무신사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때마다 급상승을 보이는데,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이지만 여름에는 무신사만의 '무진장 여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진행하고 이때면 어김없이 급상승을 보인다.
사람들이 같은 미디어를 보지 않는 오늘날, 내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곳은 결국 리테일이다. 물건 팔기 위한 채널과 광고하기 위한 채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포함된 콘텐츠를 보면서 브랜드를 알게 되고, 보다가 바로 브랜드를 구매하게 된다. MD보다 PD가 더 많은 쇼핑 플랫폼이 뜨는 이유다.
네이버, 쿠팡처럼 무엇이든 다 있고, 누구보다 싸고, 남들보다 빠르게 배송해주기는 어렵지만,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해서 그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소비자들이 습관처럼 찾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2주간 가장 핫한 팝업스토어가 되었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보다 득이 크다. 근본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주는 예시는 경험의 소비에서 더 다루도록 하겠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 근본 브랜드일수록 새로움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변주를 기억하자.
• 적어도 '이 시간', '이 계절', '이 순간'에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는 걸 목표로 두는 게 현실적이다. (ex. '장마가 시작되면 레인부츠, 레인부츠 사러 ○○○에 가야 한다')
경험: 브랜드의 감각을 표현하라
경험 소비의 목적은 기분 전환과 대세의 동참이다. 따라서 경험 소비는 여행과 맛집으로 대표되고 일상보다는 여가 활동에서 나타난다. 코로나가 지나면서 탈락한 여가 활동은 영화이고, 추가된 여가 활동은 전시다.
기념비적인 장소 방문 활동도 경험 소비에 포함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념비적인 장소는 역사적 공간이나 장엄한 자연이 아니라 상업적 공간인 경우가 많다. 들어갈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가까이 가볼 수도 없는 세계자연유산보다 내 감각으로 직접 느낄 수 있고 내 사진기에 담을 수 있는 장소가 각광받는다.
이들에게 내가 배제된 경험은 경험 소비가 아니다. 옆에서 들러리 서는 것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사진 촬영을 금지 하는 전시나 콘서트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경험 소비에서는 참여자가 다른 이들에게 참여를 권유한다. 경험 소비에 지불하는 비용은 나의 돈, 나의 시간, 나의 주의력 그리고 해당 콘텐츠 홍보다. 경험 소비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젊은 사람을 타깃으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젊은 사람들이 해당 콘텐츠 홍보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법
브랜드 입장에서 우리 제품이나 브랜드가 경험 소비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인지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앞으로의 과제는 지속성이다. 경험 소비의 대표주자인 팝업스토어만 봐도 연관 브랜드가 해마다 바뀐다.
2020년에는 리빙 브랜드, 2021년은 명품 브랜드, 2022년은 식음 브랜드, 2023년에는 콘텐츠 팝업스토어가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소셜빅데이터 언급량 기준으로 상위 15위 안에 3년 이상 머무른 브랜드는 명품을 제외하고는 시몬스, 젠틀몬스터, 애플, 디즈니, 탬버린즈, 무신사 단 6개뿐이다.
생활변화관측소
팝업스토어 열풍에 동참한 브랜드가 많지만 잠깐(10일 미만) 관심이 폭증한 것 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가 어렵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기억이나 할까? 그렇다면 소비자는 왜 브랜드 팝업스토어에 방문할까? 방문자가 모두 우리 브랜드 팬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방문 후 우리 브랜드의 팬이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말이다.
소비자들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선보이는 감각을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고 흡수해 본인의 자산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경험을 많이 할수록 견문이 넓어지고 깊어지듯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가장 핫한 브랜드들의 감각을 내 안에 쌓아 나만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세에 동참하는 마음과 도장 깨기처럼 모든 곳을 가보려는 마음이 더해져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팝업스토어로 이끈다.
사람들에게 브랜드가 표현한 감각이 중요하다면, 브랜드를 위해 팝업스토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팝업스토어는 가장 나다운(브랜드다운) 모습을 표현하는 갤러리이며, 브랜드가 가진 철학, 신념, 생각을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
교과서적 사례로 바이닐앤 플라스틱에서 진행한 랄프로렌 팝업스토어가 있다. 2023년 5월 폴로는 현대카드 음악 체험 공간인 이태원의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캘리포니아 in 한남'이라는 컨셉으로 랄프로렌의 플레이리스트를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랄프로렌 뮤직라운지를 열었다. 이벤트를 축하하고자 랄프로렌 앰버서더인 NCT 마크가 방문하고, 뮤지션 나얼 등이 캘리포니아를 느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했다.
랄프로렌
아메리칸 캐주얼이라는 랄프로렌의 근본성은 '캘리포니아'라는 심상으로 구체화되었다. 캘리포니아를 표현하는 많은 방법 가운데 선택된 것은 '음악'이다. 그 음악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한 것은 특정 노래가 아니라 장소다. 캘리포니아의 에너지와 이국성을 이태원이라는 장소에서, 플레이 리스트라는 형식에서, 초대된 뮤지션들의 캐릭터에서 느낄 수 있다.
매년 독보적으로 뜬 브랜드의 공간은 감각의 진화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각적 전시를 선보인 시몬스 테라스, 향을 시각적인 전시로 표현한 탬버린즈, 한 단계 나아가 미각까지 포함시킨 카멜커피로 사람들이 공간에서 경험하는 감각이 확장되고 복합적으로 바뀌고 있다. 색과 향에 이은 다음 감각은 '청각'이다. 2024년 마케팅에서는 어떤 브랜드가 소리와 음악으로 주목받을지 기대해본다.
우리 브랜드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어떤 주제로, 어떤 아티스트에게 플레이리스트를 의뢰할 수 있을까? 그 플레이리스트는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될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설명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한남동인지, 왜 5월인지, 왜 이 음악인지, 왜 이 주제인지. 이유가 있어야 그다음이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공간의 모양, 인테리어, 디자인, 테마 이 모든 것을 선택할 때 이유가 있어야 한다. 브랜드가 왜 굳이 이 재질을 사용했는지, 왜 이 향을 공간에 퍼지게 한 것인지, 왜 이 전시를 여는지, 왜 이 테마를 골랐는지 다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브랜드의 철학, 즉 브랜드다움이다.
현재 팝업스토어는 유목의 단계에 있다. 언젠가 다양한 팝업스토어의 도장 깨기가 완료되면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에 정착할 것이다. 그때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자산, 감각, 철학을 보고 정할 것이다. 경험 그다음의 목표는 재방문이다. 모든 사람이 우리 브랜드를 사랑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정은 받아야 한다. 이 분야의 근본은 당신의 브랜드라고. 그러려면 당신의 브랜드를 경험하고 감각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그곳은 어디인가?
이것만 기억하세요
• 소비자는 브랜드의 감각을 경험하며 배우고 싶어하고, 자발적으로 홍보해준다.
• 브랜드다운 감각을 경험하게 해야 '재방문'하는 브랜드가 된다. 색과 향을 거쳐 이제는 '청각'이 소비자를 사로잡는다.
지성: 가격의 합리성과 윤리적 올바름을 생각하라
생활변화관측소에서는 연초마다 어떤 브랜드가 설 특수를 잡았을지, 어떤 프로모션이 주목받았을지 촉을 세운다. 하지만 2023년 1월 3~4주 급상승 브랜드 리스트에는 설 특수에 따른 상승이 보이지 않았다. 선물을 구입하는 유통 브랜드가 상승하고, 설을 겨냥한 콜라보와 한정판 제품이 화제가 됐던 2022년 명절과 비교하면 2023년 설이 특이한 것이다.
2023년 설 주간 급상승 브랜드에는 고봉민김밥, 피자스쿨 등이 올랐다. 급상승 이유는 '가격'과 '가성비'였다.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1월 급상승 브랜드"
"오늘 고봉민김밥 가격 보고 기절할 뻔함. 김밥 가격이 4천 원대로 올라 놀람"
"피자스쿨 초기 입학자들 보면 뒤집어짐. 피자대학원 피자로스쿨 정도로 가격 올라감"
가장 저렴하다고 인식되는 외식 브랜드 가격이 올랐을 때 사람들은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
이런 시기에는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를 따진다.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서는 철저한 가성비템을 찾아내고 공유하고 추천한다. 스스로 찾지 않아도 집단지성이 알려준다. 갈수록 돈을 쓰고 싶지 않은 곳과 쓰는 곳이 더 명확해질 것이다.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는 기분 전환보다는 필수템의 가성비 영역이다.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또 다른 영역은 윤리적 올바름이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과대 포장을 경계하고, 플라스틱보다 종이를 선택하고, 비건 제품에 관심을 갖게 하고, 전기차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의식 변화에 따라 제조사도 가능하면 라벨을 제거하고, 재활용 재질을 사용하고,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철학을 설파한다.
하지만 지성만으로는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성 소비의 고전적 사례는 '추천'이다.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을 때는 추천이 통하지 않는다. 선택지가 무한대에 가까운 현실과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결합해 외부의 조언과 추천을 필수로 만들었다. 디지털 환경 또한 추천에 최적화돼 있으며, 이제 특정 분야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알려주는 전문가가 각광받는다.
경쟁우위 요소가 있어야 구매한다
하지만 '윤리적 올바름' 역시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으며, 따라서 구매를 견인하는 직접적 요인이 되지 않는다.
친환경과 같은 윤리적 올바름에 따라 붙는 수식어는 '이왕이면', '가능하면', '알고 보니', '심지어'다. '이왕이면 친환경을 선택하려 하고, 가능하면 친환경으로 대체하려 하는데 제품이 안 좋으면 안 된다'거나 혹은 '제품이 좋은데 알고 보니 심지어 비건이다'라는 식이다.
윤리적 올바름과 관련한 집단지성은 시대의 요구사항이다. 그래서 한 번은 시도해볼 수 있지만 지속하려면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 여전히 비건 식품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아몬드 브리즈의 선택 이유는 0칼로리다. 우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건 자체로는 재구매의 선택 이유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 지성 소비의 어려움이 있다. 지성 소비는 한 브랜드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많은 브랜드의 참여가 필요하다. 즉 지성의 영역은 그 자체로는 브랜드의 경쟁우위 요소가 되기 어렵다. 친환경을 안고 플러스로 다른 경쟁우위 요소가 있어야 한다. 디자인이 색다른데 심지어 친환경 기업, 맛이 독특한데 알고 보니 비건이 되어야 한다.
지성으로 시작한 소비가 브랜드파워로 남으려면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습관은 변주되어 새로운 경험이 되고, 경험은 지성으로 강화되고, 지성은 결국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 집단지성의 영향을 받아 가성비와 윤리를 따져 소비한다.
• 하지만 특히 윤리적 올바름 자체로는 소비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플러스 경쟁우위 요소가 있어야 한다.
습관, 경험, 지성이 결합하는 방식
각 키워드별 특징과 브랜드 관점에서의 한계점을 정리하자면,
•
습관의 소비는 구매는 쉽게 일어나지만, 브랜드 자산이 쌓이지 않는다.
•
경험 소비는 대세감을 얻으면 한 번의 시도는 쉽게 일어나지만, 재구매를 일으키기 어렵다.
•
지성 소비는 인지에는 긍정적이지만, 지성만으로는 구매를 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3가지가 서로 연결되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연결되는 방식별 대표적인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습관이 되는 경험: 리추얼, 여행 코스화
습관의 소비는 경험으로, 경험 소비는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습과 변주가 필요하다.
시즌을 거듭하는 콘텐츠가 주인공 캐릭터와 세계관 설정이라는 베이스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변주해갈 때 소비자는 콘텐츠를 알고 있으면서도 다음 시리즈를 기다린다. 반복되기 위해서는 한 방이 필요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더현대 서울은 2024년에도 트렌드다. '팝업의 성지'라는 한 방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더현대의 떠오르는 브랜드는 해마다 바뀌며 계속 변주된다는 사실까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또 더현대의 리추얼은 크리스마스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더현대가 만든 산타마을에 이어 올해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 더현대는 '특정한 날'에 더현대를 또 방문할 이유를 사람들에게 학습시켰고 사람들은 설득되었다.
그로써 더현대는 '서울 여행'이라는 문화 안에 하나의 코스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한 한 방이 필요하다. 이 한 방이 없으면 1년 내내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도 브랜드 자산으로 남지 않는다.
최근 공개되어 화제가 된 더현대의 'H 빌리지' 현대백화점
습관을 바꾸는 지성: 페이, 키오스크
지성 소비를 설득하는 주체는 사업자가 아니라 소비자다. 사용해본 소비자가 사용 후 간증글을 남기고 방법을 알려주고 그렇게 해본 사람이 늘어나고 늘어나서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습관을 바꾼 지성의 대표 사례로, 신용카드 대신 휴대폰 앱으로 결제하는 온갖 ○○페이가 있다. 점점 확대되는 키오스크 주문 및 결제 방식도 소비자의 집단지성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습관을 바꾸는 새로운 소비 방식이다. 공통점은 사람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인 방식은 비단 지성 소비의 영역만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 기술을 다룰 수 있는 똑똑한 소비자, 높아지는 인건비, 비대면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만나서 앞으로 무인 방식은 보편화될 것이다.
지성으로 시작해 습관으로 자리잡다: 친환경, 구독
예나 지금이나 마음의 쏠림을 따르고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진다. 최근에는 여기에 하나를 더 생각하게 된다. 지속할 만한 일인가? 이것이 지구와 환경과 우리 삶의 지속성에 해가 되지는 않는가? 코로나 이후 생각하게 된 윤리다. 개인적으로 고려하지 않더라도 국제 기준이 달라져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 되었다.
윤리와 아무 상관이 없지만 지속성을 고려하게 된 영역은 구독 서비스다. 내가 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계속 이용하게 될까? 그게 이득인가? 이해득실을 따져서 가입하고, 써보면서 경험하고, 습관이 되면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수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권한에 매월 1만 4900원, 빠른 배송을 담보받는 데 4990원 등 정녕 이 돈을 낼 필요가 있는지 나의 지성과 집단지성의 조언을 받아 결정한다.
이처럼 머리를 써서 새롭게 진입한 서비스는 효과를 자주 체감해야 한다. 매일 보고, 매일 사고, 매일 들으면서 돈값을 했다고 느껴야 한다. 따라서 더 일상적이고 더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을 강조해야 한다. 식품이라면 특식이 아니라 주식으로, 화장품이라면 매일 쓰는 립밤으로 습관에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경험이 깊어지면 지성의 영역이 된다: 전시, 사진, 음악
대표적으로 전시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전시에 대한 언급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2021년 1분기 대비 2023년 1분기의 언급량이 2배 이상 상승했다. 2021년은 다양한 개인 작가들이 참여한 공예, 수원 화성, 코엑스 광장 등 랜드마크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가 주목받았다. 2022년은 요시고, 앤더슨을 중심으로 한 사진전이 각광받은 한편, 최근엔 각 브랜드들이 전시의 씬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에는 도슨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동안 사람들의 전시 경험이 누적되어 다양한 양식의 표현들을 도슨트를 통해 즉각적으로 만나고자 하는 니즈와 역량이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는 '사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1200만 화소 카메라(사실은 전화기)를 만지며 놀던 사람들은 사진에 익숙하고 잘 찍는다. 대표적인 예시인 셀프 사진관은 사진사를 제외한 공간, 제품, 소품까지 '셀프'를 쉽게 만드는 많은 요소를 갖춘 놀이공간이다. 전시와 마찬가지로 사진 경험이 누적되어 더 나은 사진을 찍고자 하는 니즈와 역량이 갖춰졌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것 중 하나는 음악 듣기다. 음악은 개인 취향을 넘어 안목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재즈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 분야를 알기 위해서는 재즈 음악의 기원과 역사, 대표적 음악가들의 이름과 활동하던 시기, 재즈의 진화를 견인한 지역성 등을 알아야 한다. 무작정 음악을 듣기보다 그 음악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바쁘다면 이거라도!
• 근본 브랜드일수록 새로움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 변주를 기억하기.
• '이 시간', '이 계절', '이 순간'에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는 걸 목표로 두기.
• 소비자는 브랜드의 감각을 경험하며 배우고 싶어하고, 자발적으로 홍보.
• 브랜드다운 감각을 경험하게 해야 '재방문'하는 브랜드가 됨.
• 소비자는 집단지성의 영향을 받아 가성비와 윤리를 따져 선택함.
• 윤리적 올바름 자체로는 소비까지 이어지기 어려움. 플러스 경쟁우위 요소가 있어야 함.